장맛비가 어느 정도 기세를 떨치고 나니까 이젠 물놀이 사고소식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한다. 해마다 어쩔 수 없나보다. 인체는 땅을 발로 디디고 이동하기에 적합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는데 반해, 지구상에는 땅만 디디고 살기에는 너무 멋진 해변과 계곡이 많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라서. 그래서 생각해보건데, 생존을 위해 꼭 배워야 하는 기술이 몇가지 있다고 치자면 수영이 3순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다. 내가 수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다. 무슨 생각이셨는지 엄마는 언니와 나를 무려 호텔 수영장의 여름강좌에 등록해주셨다. 우리가 가고 싶다고 조른 것도 아니고 엄마가 가보라고 했다는 게 사실은 더 놀랍다. 외식도 일년에 몇 번 할까말까한 알뜰한 살림살이 중에도 딸들 수영을 배우는 것만은 헛돈이 아니라고 여기셨던 모양이다. 이렇게 말하면 꼭 내가 그 후로 수영을 되게 잘하게 된 것 같이 들리지만 사실 발 안닿는 깊이의 물은 여전히 무섭다.
수영강좌는 대한민국 어느 동네에서든 커리큘럼이 거의 같지않나 싶다. 킥판 잡고 발차기 하다가 자유형 팔돌리기 배우고, 배영 배우고, 평영 배우고, 좀 더 의욕이 있으면 접영까지도 마스터한다. 내게 수영은 생존의 기술이다 보니까 평영까지 배우고 나니 이 정도면 살 수는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접영은 폼이 끝내주게 멋지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은 듯 해서 별로 흥미가 없었고 앞으로도 별로 배울 생각이 없다. 다만 꼭 배웠으면 싶은 영법이 있는데 가르쳐주는 곳이 없어서 혼자 동영상 보면서 연습하고 있다.
입영 - 싱크로나이즈나 수구 선수들이 제자리에 떠 있을 때 하는 영법
횡영 - 수상구조요원이 한쪽 팔을 자유롭게 쓰면서 이동할 때 쓰는 영법
트러젠영 - 자유형 팔젓기와 횡영이나 평영의 발동작을 결합한 영법
이 세 가지 영법의 공통점은 머리가 계속 물 밖에 있어서 호흡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수영강습도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교육과정을 짠 것이겠지만 난 이 영법들을 기초과정에서는 전혀 배울 수 없다는 게 조금 불만이다. 지금의 수업은 너무 경영(競泳)위주의 수업이라서 나는 영법이라고는 접배평자 밖에 없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우리가 계곡가서 접영을 촥촥촥 물살 가르면서 할 건 아니잖아. 그러면 박수와 비웃음이 같이 들릴지도 몰라. 최근에는 초등교육에 착의수영이라는 걸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물에 빠지면 대게는 옷이 물에 젖어서 무겁기 때문에 동작이 부자유스럽게 되고 더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것을 미리 체험해보고 위기 대처 방법을 배우는게 착의수영이라고 한다. 소방훈련을 하듯이 수상안전훈련 같은 것도 어린이 여름 캠프에서 가르쳐주면 정말 좋지 않을까. 이를테면 한 명의 박태환이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백 명의 잠재적 맥주병을 구제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된다. 좀 더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배워야 하는 기술을 꼽는다면, 자전거 타기와 요리하기에 이어 수영이 여기에도 3순위 안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배워서 남 구조하겠다고까지 덤비지는 말고 내 몸 건사할 정도의 개헤엄은 배워두면 더 안전하고 재밌는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덧글
폐활량이 남들에 비해 매우 떨어지는 터라 처음부터 자유형만 가르치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번번히 도중에 나가떨어지다가 평영먼저 배우라는 선배 덕에 이젠 빠져도 죽진 않을 정도가 됐죠. 어차피 빠져 죽지 않을정도가 목적인데 빠르게 헤엄칠 필요가 뭐 있냐 그냥 쉬운 헤엄이나 배워라는데 확실히 그 말이 맞는거 같네요.
정말 개구리헤엄만 배워도 해마다 발생하는 익사사고 꽤 줄일수 있을텐데 아쉽죠. 딴게 실용이 아니라 이런게 실용인데 말이죠.
낭군은 애초에 물가에는 안가시겠단다.